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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신용 서울아산병원 부교수 "필름 한장 위에서 20분만에 대장암 진단"

새로운 혈중 유리핵산 분리 기술 개발

김세영 입력 : 2018-11-15 00:00  | 수정 : 2018-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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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검사보다 비용 낮고, 기존 혈액 진단기기보다 정확도 높였다”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부교수는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 한 장으로 혈중 유리 핵산을 효과적으로 분리해냄으로써 저비용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김세영 기자]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전 세계 185개국 36개 암종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 해동안 한국인은 10만명 당 314명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1위는 대장암으로 인구 10만명 당 45명에 게서 발병한다.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위로 세계 평균수준인 10만명당 17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대장암은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을 해도 2년 내 재발할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대장용종이 한번 생긴 사람은 재발할 확률이 30~60% 수준이다. 더구나 대장암 3, 4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원인과 초기증상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의료진들은 권한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크게 높일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추적 관리하는 것이 필요 하다.

 

문제는 검사받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조직검사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에게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주기적으로 검사하기 부담스럽다는 단점이 있다.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은 이미 많이 개발됐지만, 고도화 작업을 통해 정확도를 더욱 높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의료진의 기술력으로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기존과 달리 특별한 장비 없이도 보다 손 쉽게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학계에 발표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인자, 융합의학과 신용 교수팀은 가로 7㎝, 세로 8㎝ 정도의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 한 장으로 혈중 유리 핵산을 효과적으로 분리해냄으로써 저비용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신기술의 대장암 진단 정확도는 기존의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기들보다 훨씬 높다. 암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혈중 유리 핵산(cfNA) 농도가 높은데 시중에 나온 혈중 유리 핵산 분리 기기들은 원심분리기, 진공 펌프, 직류 전원 장치등 다양한 장비를 요구한다. 하지만 ‘DTBP(디메틸디티오비스프로피온이미데이트·Dimethyl3,3-dithiobispropionimidate)’라는 물질이 핵산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이용한 이 기술은 성인 남성 손바닥 절반 크기의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미리 채취해놓은 소량의 혈액을 흘려보내면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시킬 수 있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어 환자 비용 부담은 매우 적다.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12.44)>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기술적으로 다른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어” 

 

 

연구팀은 실제 대장암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새롭게 개발된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기술과 기존 분리기술을 적용한 결과, 진단 정확도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증명해냈다.

 

대장암 환자 14명의 조직 샘플을 채취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 결과와 혈액을 이용한 진단 검사 결과를 비교했을 때, 시중에 나와 있는 혈중 유리 핵산 분리 기술을 이용한 진단법은 57% 정확도를 보인 반면, 새로 개발된 플랫폼 기술은 정확도를 71%로 끌어올렸다. 기존 혈액으로 대장암을 진단하기 위해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 남짓.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적은 혈액만 플라스틱 필름에 흘려보내기 때문에 혈중 유리 핵산 분리 시간이 20분 내로 단축됐다.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대장암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연구했지만 기술적으로 다른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기술로 암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진단해 암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Q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배경은? 

 

  기존 방법의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하고 싶었다. 원래는 유전자 분석을 위한 세포 속 핵산(DNA나 RNA)을 분리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었다. 세포를 깨서 그 안에 핵산을 잡아 연구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장암 연구와 관련해 석사 과정을 밟았고, 아산병원 임용 후에는 ‘내가 가진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마침 최근 암 연구에서 혈중 종양 유리 핵산을 분리하는 것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존의 분리기술들은 혈중 종양 유리 핵산을 분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우리가 가진 원천기술을 사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 주목받고 있다. 동일한 대장암 환자라도 그 사람이 가진 유전적 배경에 따라 어떤 약물이 듣고 안 듣고가 차이가 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암 조직에서 유전자 분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을 꺼내는 일은 수술할 때를 제외하고 어려운 일이다. 암은 증식해가면서 혈액 속으로 특정 DNA나 세포들을 흘려보내는데 이 때문에 전이가 된다. 대장암 환자들이 다른 암에 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혈액을 이용한 진단법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해외에선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주요학회에서도 이 같은 방법이 정확한 암 진단 및 개인별 맞춤 항암치료를 가능케 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Q   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A   분리기술이다. 혈중에서 핵산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인데 기존 방법은 혈액에서 DNA나 RNA를 분리할 때 주로 원심분리기를 이용한다. 이것만 해도 몇 시간이 걸린다. 이후 NGS 분석을 통해 2~3주가 지나면 결과를 알 수 있다. 물론 암이 2~3주 안에 급속히 커지거나 변종되진 않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림에 따르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보면 하루라도 빨리 결과를 얻어야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을 하고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번에 나온 방법은 분리하는 작업을 20분 만에 할 수 있다. 얇은 칩으로 DTBP라는 특정 물질이 DNA나 RNA에 결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혈중에 떠다니는 핵산만을 분리할 수 있다. 처음 시작 단계에서 분리만 잘 해놓으면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과 같은 빠른 검출 방법으로 한두 시간 내 결과를 알 수 있다.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병원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신속한 진단기기 제품을 하루라도 빨리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혈중 유리 핵산과 결합하는 ‘DTBP’에 대해 설명한다면? 

 

A   쉽게 말해 연구팀이 핵산을 분리하기 위해 개발한 특허물질이 다. 필름은 손바닥만한 신용카드 정도 크기다. 거기에 DTBP를 혈액과 섞어서 안으로 넣으면 DNA와 DTBP가 결합을 한다. 결합하면 표면에 딱 붙게 된다. 이후 나머지 혈액을 씻어내면 붙어있는 DNA 핵산들만을 따로 모아서 NGS를 실시한다. 말 그대로 흘려주 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원심분리기 필요 없이 핵산이 나오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Q   연구 과정은 어떠했나? 

 

 연구는 지난해 1월 시작했다. 환자 샘플을 받고, 실험 후 논문을 게재하기까지 약 2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아이디어는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임상교 수들과 가능성을 의논했다. 환자 동의를 받고 샘플을 얻어야 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논문은 지난 7월 말 이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온라인판에 나갔고, 정식판으로는 10월호에 출간됐다. 해당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 약 3억 원 정도의 연구 비가 투입됐다. 

 

 

Q   기존 대장암 혈액 진단기기의 단점은 무엇인가? 신기술로 무엇이 얼마나 더 좋아졌나? 

 

 단점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환자는 물론 의사도 불편하다. 수술하면서 조직을 떼고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다면 제일 좋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 몇 시간 내 알면 항암제 처방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샘플이 나가면 최소 2주가 걸린다, 단순히 분리기술만 놓고 보면 새로 개발된 플랫폼 기술의 진단 정확도는 71%다. 하지만 여기에 최신 검출기술까지 합친다면 80% 이상 향상된다. 

 

 

Q   연구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지금껏 주로 메르스(MERS)나 살인 진드기 등과 같은 감염과 관련한 질병 연구를 진행해왔다. 보통 소변이나 객담 등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샘플들을 썼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혈액을 사용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적혈구를 뺀 플라즈마를 사용했음에도 여러 생각지도 못했던 물질들이 채널 사이사이에 들러붙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연구자들이 그러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연구가 급하게 진행되는 기간에는 새벽까지 있어야 한다. 보통 하루 10시간 이상은 연구실에 있었다. 

 

 

Q   혈액을 통해 암을 확인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사실 그간 혈액으로 암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은 매우 범위가 넓었다. 다시 말해 ‘특정 암이다’가 아니라 ‘어떤 물질이 나오니 암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정도로 불확실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확진의 개념이다. 그렇다고 대장내시경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다만 대장암 환자들 가운데서도 수술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항암제를 쓰는 개인 맞춤의학으로 처방받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조직을 떼 검사할 수 없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그에 비해 혈액은 언제든지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이다. 혈액을 바탕으로 대장암 환자의 진단, 맞춤 의학, 재발 여부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다. 

 

 

“병원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신속한 진단기기 제품 만들 것” 

 

 

Q   현재 추가적으로 혹은 후속적으로 연구 중인 것이 있나? 

 

 해당 기술을 도입한 의료기기 사업화에 착수했다. 환자 샘플만 있다면 자동으로 분류까지 될 수 있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연구 하고 있다. 기기가 완성된다면 병원에 보급할 계획이다. 자동화 시스템이 마무리되면 향후 임상연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연구는 기술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상 성과를 위해서는 몇백 명 단위가 필요하다. 실험에 적용한 14명은 매우 적은 숫자다. 관련 교수들과도 꾸준히 접촉하며 논의 중이다. 지금도 샘플을 모으며 준비하고 있다.

 

 

Q   해당 연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비용투자가 절실하다. 일단 완전 상업화된 단계가 아니다 보니 자동화 시스템을 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상업화가 되지 않은 기술이 기존 기술과의 비교 없이 세상에 나올 순 없는 노릇이 다. 실제 상용화할 만한 기술이 되려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존 방식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기존 NGS를 이용 해서 진단하면 환자 샘플 하나당 가격이 120만~150만 원 정도인데 1000개 샘플만 하려고 해도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Q   앞으로 목표는 어디에 두고 있나? 

 

 병원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신속한 진단기기 제품을 하루라도 빨리 만드는 것이다. 두 아이 아빠라 환자 보호자 입장으로도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인데 병원에 다녀보기도 하고 의사들과 대화도 해보면서 느낀 것은 진단이 안 되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환자와 의사 모두 답답할 때가 많다. 시스템상 확진 받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몇 시간 내로 정확히 진단할 수만 있다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사실 제일 혜택을 보는 것은 명확한 진단으로 환자를 처방할 수 있는 임상 의사들이다. 
 

 

사진=헬스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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