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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응급실에서도 위협적 상황에선 진료거부권 행사할 수 있어야"

윤혜진 기자yhj@healthi.kr 입력 : 2018-12-06 19:10  | 수정 : 2018-12-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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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얼 의료정책연구소 정책연구원은 6일 오후 2시 용산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진료선택권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윤혜진 기자] 환자-의사 간 신뢰관계가 성립되지 않거나 지속될 수 없는 경우, 과도하거나 부당한 의료 서비스를 요구하는 등의 상황에선 의사가 진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료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전제돼야 하며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제기됐다. 번면 진료거부는 비보험이나 외국인 등에 한해서만 적용돼야 한다며 적극적 진료거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료정책연구소 이얼 정책연구원은 6일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진료거부 금지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며, 일본은 이마저도 의사법 제정 당시 처벌조항을 삭제해 직무의 공공성을 고려한 선언적 규정"이라면서 "비응급시 의사가 특정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건 의사의 당연한 권리인만큼 진료거부금지 조항을 삭제 또는 선언적 규정으로 전환하고, 벌칙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2시 용산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렸다.

 

이 연구원은 "현행 의료법은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진료거부가 정당했는지 여부는 의사윤리 또는 직업윤리 문제"라며 "윤리지침 마련을 통해 정당한 사유를 명확·구체화해야 한다"고 했다.

 

6일 오후 2시 용산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진료거부권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이어진 토론회에서 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역시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법 조항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준석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최초 의료법 제정시부터 있던 조항인데, 원래는 응급진료에 한해서만 적용됐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전체 진료에 적용하게 됐고, 이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시대적 상황이 영향을 줬다고 추정된다"며 "현재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대가 아니고, 오히려 환자가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는 시대인만큼 의료법 조항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법에서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기 곤란하다면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라도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응급진료에서도 진료거부권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언급된 바 있지만 병원 의료진들의 진료거부권 금지는 원래 응급진료에 한해서 였다. 하지만 응급진료에서마저도 진료거부권은 필요하단 주장이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섭외이사는 "응급실에서 폭언, 폭행, 성희롱, 성추행 가해자나 상습적 마약성 진통제 요구자와 같은 범죄자들에게까지 응급의료 종사자에게 응급진료 거부 금지 족쇄가 채워져 있다"며 안전한 응급의료 현장을 만들기 위해선 진료거부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응급 환자가 응급으로 분류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 이사는 "현행법은 정당한 사유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응급의료 종사자들에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벌칙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응급환자를 전문가인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닌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한다는 점이다. 비응급 환자가 응급 환자로 분류돼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료거부 금지는 극히 제한적으로 비보험이나 회국인 환자 등에 한해서만 적용하도록 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는 의무가입·단일보험자·총액계약제 미시행이라는 점에서 독일과는 다른 의료환경"이라며 "이에 진료거부 금지는 건강보험이 아닌 비보험, 외국인 환자 등에 한해서만 적용하는 게 논리적으로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혁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강제지정제'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국민건강보험법 42조에 따라 모든 요양기관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받도록 하는 ‘당연지정제’를 적용한다. 이혁 보험이사는 "강제지정제는 독재시절에 만들어진 불공정한 의사인권유린 법안"이라며 "사회적 상황에 맞게 폐기되거나 상호동등한 구조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강제지정제가 폐지가 안된다면 부분적으로 개원가에 강제지정제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개원의라면 스스로 판단에 따라 건보 적용을 받지 않는 환자, 건보 적용 안하는 진료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이같은 병원을 찾는 것 또한 환자가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의료소비자입장에서 이날 토론이 지나치게 의사 입장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엄명숙 소비자시민모임 서울지부 대표는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한 토론회인데, 최선의 진료라는 의사만의 관점에서만 다뤄졌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환자가 요구하는 바를 담은 방안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yhj@health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