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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전공의 시각으로 본 특정과목 기피현상

정세빈 기자 입력 : 2019-01-14 11:39  | 수정 : 2019-01-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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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3RF

 

[헬스앤라이프 정세빈 기자] 올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비인기과목은 정원이 미달되는 사태가 이번에도 벌어졌다. 핵의학과는 20명 정원에 1명만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도 무색해졌다. 정부가 시행하는 10개 과목 육성지원사업에도 불구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낮은 수가, 삭감되는 급여, 의료사고에 휘말릴 가능성 등 위험성이 크고 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삶을 걸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만 할 것인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지 바로 그들, 전공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담스럽다
 

전공의들의 특정과목 기피현상 저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특정과목 기피현상의 원인으로 통상 ‘낮은 수가’를 지목해왔다. 그러나 손상호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고려대의료원 예방의학과 전공의)은 그보단 좀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데서 원인을 찾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손상호 부회장은 기피과목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미래 안정성과 기피과목 장기화로 인한 해당 전공의 교육 체계 와해, 병원 내 좁은 입지, 인식의 변화 등을 들었다.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정성이다. 의사라는 국가면허체계에서 기대했던 안정성을 같은 면허이면서도 기피과목에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 부회장은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에게는 대학병원에 남아서 교수직을 맡거나, 병원에 취직을 하거나, 개원을 하는 선택지가 있는데 기피과목 전공의들은 ‘안 되면 개원하지’가 대체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핵의학과, 병리과 등에서 사용하는 필수적인 장비는 단독 혹은 공동으로라도 개원의들이 구매하기 불가할 정도로 고가다. 어떻게든 장비 구비를 하더라도 개원한 병원을 환자들이 찾겠는가가 또 문제다. 대부분의 환자는 종합병원으로 간다.

 

기피과목의 장기화로 전공의 교육 체계가 무너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년 전의 기피과목이 현재까지도 기피과목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오랜 기간 전공의 공백이 익숙해지다보면 전공의 교육에 소극적인 경우가 나타난다. 지도전문의와 같은 교수들에 의한 교육 뿐아니라 상급년차 전공의나 동료 전공의와 서로 주고 받는 교육 이른바 수평적 교육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기피과목에선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은 차치하고라도 영향을 주고받을 동료가 없다. 실제로 손 부회장이 재직 중인 고대의료원 예방의학과의 경우 전공의가 전 의국에 단 두명이다.

 

이러한 현실을 대외적으로 알려 해결하려 해도 병원 내에서의 입지가 좁아 좀처럼 해결이 어렵다. 손 부회장은 “전공의들이 수련환경이 좋지 않아 극단적으로 며칠 간 업무를 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도 기피과목과의 인원 자체가 적고, 병원 입장에서도 수익창출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 과 특성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예방의학과만 하더라도 환자를 보기 보단 공중보건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과이고, 흉부외과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지만 정작 병원의 수익창출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결과의 불확실성이 커 환자 사망 시 의료소송의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의대생들의 달라진 인식도 특정과목 기피현상이 지속되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엔 힘들더라도 부와 명예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직업으로 의사를 인식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손 부회장은 “돈을 좀 적게 벌어도 일은 편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의대생들이 의외로 많다.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에 너나할 것 없이 지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가가 낮아서 지원율이 하락한다는 논리는 맞는가. 여기엔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손 부회장은 “전공의들에게 수가를 보고 과를 선택했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흉부외과 수가가 100% 인상됐지만 그 해 전공의 지원율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수가가 개선된다면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고 현장에서 활동을 할 때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까지 계산하고 과를 선택하지 않는다”며 “전공의들이 피교육자라는 측면에서 순수하게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손상호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고려대의료원 예방의학과 전공의)
사진=헬스앤라이프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 개편, 표준화된 전문의료인력 양성 가능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 개편이 기피과목 교육 체계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의료의 질 관리 등 많은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손 부회장은 “전공의들은 본질적으로 학생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수련병원에서 이들을 단순히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교육을 선행하고 이를 토대로 업무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순서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수련 교과과정의 개편을 통해 전공의 교육 체계도 틀이 잡힐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기피과목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 수평적 교육도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의 틀이 있다면 최소한의 기준은 맞출 수 있다. 그같은 개편이 표준화된 전문의료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만큼 의료의 질 관리 차원에서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단 지적이다. 

 

손 부회장은 “현재 과를 불문하고 어느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지에 따라 능력에 차이가 발생한다”며 “예를 들면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수련받은 의사들은 고난도 수술에는 능하지만 간단한 것은 잘 못하고 지방에 있는 의사들은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양성사업에 대해선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1년 시행해보고 안된다 싶으면 없애기보다 학생 선발부터 전문의 면허 취득까지, 최소한 10년은 잡고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 72%, 여론 형성도 한 몫

 

올해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총 44명 모집에 32명 지원으로 72%에 달했다. 탄력지원자 3명까지 포함하면 거의 80%에 육박한다. 최근 30년간 40~5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증가폭이다.

 

여기엔 여론이 작용했다. 역으로 전공의들의 안정성 추구로도 설명된다. 손 부회장은 “최근 몇년새 언론, 드라마 등에서 흉부외과 의사 부족 문제가 많이 부각됐다. 진단검사의학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뉴스는 없지 않았나”라고 했다.

 

흉부외과가 오랜 기간 기피과목이었던 점이 역으로 안정성을 추구한 전공의를 유도했다고도 했다. 손 부회장은 “흉부외과 원로들과 신진 세대와의 공백이 커 지금쯤 (지원)하면 안정적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피과목만큼은 국가에서 양성해야

 

그렇다면 기피과목은 의료시장에서 사라지게 둬야하는가. 정부 차원에서 기피과목 의료진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손 부회장은 “예방의학과를 예로 들면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관리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라면 지금처럼 전국의 모든 수련기관에 (인원을)배분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적정인원을 선발해 양성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인은 결과적으로 국민 전체를 위한 서비스를 수행하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이들의 양성이나 지원에 부담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해외 의료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의 OECD 국가 전공의 수련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전공의 수련 교육에 드는 직간접 비용의 70%를 부담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보건부에서 대부분의 전공의 임금을 조달한다.

 

정부에서 국민의료이용행태 분석을 선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 과마다 필요한 전문의 수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해당 자료를 토대로 특정 연도에 필요한 전문의를 예측하고 매년 필요한 전공의 수를 책정하는 식으로 계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체계가 그렇지 않다보니 기피과목도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손 부회장은 “정부에 기피과목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는 게 잘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국감 때마다 매년 기피과목 전공의 해외연수 지원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언급하는 국회도, 예산을 더 확보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보건당국도 모두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예산 63조 원 중 1억 원짜리 기피과목 전공의 해외연수 지원사업을 지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손 부회장은 “사업의 효과가 없는 이유는 사업이 필요없어서가 아니라 책정된 액수가 적어서다”라고 말했다.

 

기피과목 문제에 대해 전공의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정부의 의지 부족은 그가 특히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기피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계 구조적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정책전문가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부가 해당 기피과 전공의, 학회, 전공의 교육수련 담당자 등과 충분히 논의해야할 일입니다. 그래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입니다.”

 


sebinc@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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