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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복약지도, 책임은 누가 지는가

정세빈 기자sebinc@healthi.kr 입력 : 2019-02-10 18:01  | 수정 : 2019-02-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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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3RF

 

[헬스앤라이프 정세빈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한 중학생이 타미플루 복용 부작용으로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인만큼 타미플루에 대한 공포감은 빠르게 퍼졌다. 사망한 중학생이 약의 부작용에 대한 복약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같은 불찰을 시인한 의사와 약사 중 약사만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현행법 상 의사에게는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약사사회는 반발했다. 시민단체는 복약지도 등 의약품 사후관리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모니터링이 소극적이었다고 비난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고 이후 지난해 12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 단체에 환자에 타미플루 처방 시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요청하는 공문과 타미플루 제제에 대한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식약처의 안전성 서한엔 식약처가 해당 내용에 대한 경고문을 이미 반영했었다는 내용과 의약전문가,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권고사항이 포함됐다.

 

식약처는 2007년 4월부터 타미플루 제제에 ‘10세 이상의 소아 환자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지만 복용후 이상 
행동이 발현하고 드물게 사고까지 이를 수 있다’는 설명과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적어도 이틀간은 환자가 혼자 있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을 설명하라’는 경고항을 표기토록 했다.

 

해당 약사는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3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장성익 부산 연제구 보건소 의약관리계장은 “약사가 처음으로 복약지도에 대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며 “1차 위반 시에는 30만원, 2차는 45만원, 3차는 70만원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약사법 제24조 제4항은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환자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약사는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부작용, 효능·효과, 저장방법 중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약사가 전달하는 부작용에 대한 범위는 명기돼 있지 않다. 만약 약사가 복약지도를 하지 않았다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약사회, “현장에서 부작용 모두 고지하기엔 한계… 복약지도 규격화는 어려운 문제”


대한약사회는 해당 사건이 복약지도의 미비로 발생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영희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은 “해당 약국에서 복약지도를 안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얼마나 (복약지도
를)했느냐의 문제인데, 이런(복약지도의 미비를 사고의 원인으로 보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면 약국에서 모든 의약품을 제공할 때마다 허가사항에 나온 전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독감유행 시기인 만큼 약국에 환자가 많으면 시간·공간적 제약으로 모든 부작용에 대한 내용을 다 전달
하기는 어려우며 환자의 복약순응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홍보팀장은 “복약지도를 하더라도 오심, 구토 등 빈도 수가 많은 것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극히 드문 케이스까지 모두를 다 설명하기는 힘들다”며 “또 복약지도 시에 부작용으로 이상 행동이 발현하고 추락사고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누가 과연 약을 먹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고려한다면 현장에서 굉장히 난감한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환자는 복약지도를 받고 과연 이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인지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지 충분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복약지도에 대한 규격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도 짚었다. 

 

김영희 위원장은 “복약지도는 환자의 질병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약사의 판단에 따라)제공하는 것이기 때문
에 규격화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현장에서 복약지도 시 우선적으로 고지해야 할 부작용 범위 등을 확립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사고는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이를 일반화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약을 복용하는 것이 최선임에도 극히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면 질병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복약지도를 들은 환자가 약을 처방한 병원에 되돌아가 항의하고, 다시 약국으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약사회에선 사회적으로 의약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의약품 부작용 발생 시 조제받은 약국에 이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부작용 모니터링’이 일상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헌수 팀장은 “현재 대형병원과 약사회는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 자료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전달하는데 국민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복용한 환자 본인이 느낀 이상증세를 약을 조제받은 약국에 문의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 데이터가 많이 수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123RF

 

의협, “이번 사고는 결국 의약분업의 폐해”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의약분업의 폐해”라고 강조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현재 정책적으로 복약지도는 약사가 하는 것으로 명문화 돼 있다. 복약지도료도 약사에게만 돌아간다”며 “어떻게 보면 의사는 복약지도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불균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정책적 혼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의사들이 복약지도를 하고 있다. 

 

박종혁 대변인은 “약에 대한 설명은 의사가 해야 하고 지금도 의사가 하고 있다”며 “복약지도는 단순히 약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약의 특성을 고려해 환자에게 약에 대한 지도를 하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부작용 증상 등을 읽어내면 복약지도를 추가로 하는 식이다. 또 이전에 동일한 약을 복용한 적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굳이 하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의약분업은 이중확인(Double-Checking)이 아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박종혁 대변인은 “현대 의학의 특성상 복약지도는 의사가 하게 돼 있다”며 “의약분업으로 법이 복약지도료를 
약사에게만 인정하니 의사는 (굳이)책임지려 하지 않고 약사는 약 보관, 복용 방법밖에 (복약지도를)못 하는데 어떻게 보면 더블 체킹이 아니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시민단체, “의약품 사후 관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모니터링 필요”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이 복약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만 볼 순 없다는 주장이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현재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복약지도를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만 귀결시킬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에서 가장 중심에 서 있어야 할 정부가 없다는 것이다. 

 

김재천 위원은 “시민 입장에서는 복약지도는 당연히 의약사가 해야 하는 것이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복지부와 식약처의 역할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의사와 약사에게 복약지도에 대한 책임을 맡겨 놓고 (뒷짐만 지고 있다가)문제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려스러운 의약품 부작용이 보고됐으면 왜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의협이나 약사회에 (사고 발생)이전에 더 강하게 상기시키지 않은 것인가”라며 “이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는 정부가 해야 한다. 잘못한 지점, 시스템 내 미흡하게 작동한 부분,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점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책임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고문 냈었으니 물러서 있다가 사고가 발생하자 처벌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정책적 제도적 대안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의 사후관리 등에 대한 정부의 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김재천 위원은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정성, 그저 약에만 집중한다. 의약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들의 피해, 복약지도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사후관리에 대한 역할이 축소돼 있다. 현재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사례 신고를 받고 있지만 주기적이며 구체적으로 시행되는 모니터링이 없다”며 어떻게 하면 사전에 사고나 문제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ebinc@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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