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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박병규 국립암대학원대학교 교수 “골육종 전이 기전 밝혀 환자 구하겠다”

"30년간 골육종 생존률 그대로... 치료법 바꿔야 달라진다"

윤혜진 기자yhj@healthi.kr 입력 : 2019-04-09 00:00  | 수정 : 2019-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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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규 국립암센터 국립암대학원대학 교수는 최근 골육종 전이 기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윤혜진 기자] 전이성 골육종은 지난 30년간 5년 생존율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골육종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전이가 없을 경우 5년 생존율은 60~70%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전이가 진행됐을 땐 생존율이 20~30%에 불과하다. 전이는 골육종 환자 진단 시 20%정도에서 확인되며, 가장 흔히 전이되는 부위는 폐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골육종 전이 억제를 입증하는 연구가 드물다는 것이다. 임상 단계에서 골육종 전이 억제 기전을 규명한 연구는 아예 부재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임상과 연구 현장을 오가며 골육종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박병규국립암센터 국립암대학원대학 임상의학연구부 교수(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최근 골육종 전이 기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박병규 교수는 “전이 억제 기전 규명을 통해 불변의 전이성 골육종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연구요약
 

박병규 국립암센터 임상의학연구부 교수팀은 특정 단백질이 골육종의 악성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ICSBP(Interferon Consensus Sequence-binding Protein)라는 단백질이 형질전환성장인자(TGF-β, 티지에프-베타)의 신호 전달을 촉진해 골육종 세포가 증식, 전이되는 특성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단백질 TGF-β는 생체의 다양한 생리과정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성장인자로 평소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다가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양면성을 보인다. 박 교수팀은 ICSBP가 TGF-β의 1형 수용체(TGF-βRI) 프로모터의 특정 위치에 결합해 포로모터를 활성화시켜 신호전달이 촉진된다는 점도 발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마우스 동물실험을 통해 골육종 세포에서 ICSBP 발현을 저해하면 TGF-βRI의 발현이 낮아지고 골육종의 성장 역시 저해됨도 확인했다. 골육종은 전체 악성종양 중 0.2%를 차지하는 희귀질환이다. 국내에는 연간 100명 정도의 환자가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병규 교수의 이번 연구 결과는 희귀난치암인 골육종의 진행 기전을 밝혀냄으로써 골육종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Q.   희귀난치암인 골육종의 진행 기전을 규명했다.
 

A.   ICSBP(Interferon Consensus Sequence-binding Protein)라는 단백질이 형질전환성장인자인 티지에프-베타(TGF-β)의 신호전달을 촉진해 골육종 세포를 증식시키고 상피간엽이행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알아냈다.

 


Q.   상피간엽이행 현상에 대해 언급했다.
 

A.  상피간엽이행은 ‘EMT’(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라고도 칭한다. 세포가 자라나면서 전이가 되기 위해서는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종양세포가 모양이 길죽 길죽해지면서 운동성과 침습성을 얻는 EMT현상이 나타난다. 암 초기 전이 발생의 중요한 기작이 되는 것이다.

 


Q.   TGF-β가 골육종을 촉진하는 원리는.

 

A.   TGF-β는 평상시엔 종양 억제물질로 작동하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반대로 종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EMT현상을 일으키고 면역도 억제하는 것이다. 면역 세포는 암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데, 면역세포가 억제되니까 전이는 더 잘 일어나는 것이다.

 

박병규 교수는 "소아청소년 암은 거의 다 희귀암인데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관련 연구비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골육종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소아암 치료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이가 죽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지 않는가. 실제로 급성림프구성밸혈병(ALL) 생존율은 90%에 달하며 소아청소년 생존율 역시 80%로 높다. 문제는 골육종이다. 골육종은 지난 30년 동안 전이 시 생존율이 20~30%대에서 꿈쩍도 않고 있다. 만약 현재 치료법을 고수한다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획기적인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번에 우리가 진행한 전이 기전 규명 연구가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골육종 진행 기전 연구 방법이 궁금하다.

 

A.   골육종 세포주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우선 TGF-β 신호전달 촉진이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지, 반대로 TGF-β 신호전달을 억제시켰을 때 세포 성장이 억제되는지를 봤다.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골육종 세포를 동물모델인 마우스에 주입해 골육종 악성종양을 형성한 후 역시 ICSBP 발현을 저해하면 TGF-β의 발현이 낮아지고 골육종 성장 역시 저해됨을 발견했다. 전이의 핵심 기작인 EMT현상은 세포 모양 변화 관찰로 확인했다.

 


Q.   생존율이 낮은 이유가 전이 때문이라면, 전이 관련 국내외 연구현황은 어떠한가.

 

A.   관련 연구가 없지는 않지만 다른 암에 비해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마저도 임상 전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 임상 단계까지 간 연구는 없다.

 


Q.   전이 관련 연구가 드문 가운데 나온 이번 연구결과는 골육종 환자들에겐 희망이 될 거 같다.

 

A.   골육종의 예후를 좌우하는 인자들 중 가장 중요한 건 진단 당시 전이 여부다. 전이가 된 경우 5년 생존율은 20~30%에 불과하다. CT로도 파악이 어려운 골육종 미세전이는 80%에 달한다. 그래서 과거 허벅지에만 골육종이 발생했다고 진단해 절단수술을 했는데, 시간이 지난 후 폐까지 전이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서 CT상 전이가 없다 하더라도 수술 전 후 항암화학치료를 반드시 진행한다. 그런데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CT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전이까지 차단한다면 골육종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생존율 20~30%인 골육종, 획기적인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이 기전을 규명한 이번 연구가 그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Q.   연구 과정 중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A.   최근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지원이 많아졌다지만, 성인 희귀암에 연구비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소아청소년 암은 거의 다 희귀암인데 관련 연구비 지원이 부족한 편이어서 확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마바 정부가 암 정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암 연구비 지원사업인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시행한 적이 있다. 이때 미국 정부는 소아청소년 암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지원에 적극 나섰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관심이 떨어지는 거 같다.

 


Q.   이번 연구를 어떤 형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가.

 

A.   면역항암제는 최근 암 치료의 화두이다. 골육종에 단독 사용했을 땐 효과가 미비하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와 더불어 TGF-β 억제제를 병용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TGF-β 억제제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골육종 전이 억제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연구하려고 구상 중이다.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선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임상 동물모델을 통해 연구결과를 밝히고 이후 바로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Q.   임상까진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나.

 

A.   2~3년 내 임상진입이 목표다.
 

 

Q.   이 외에 계획 중인 연구가 있나.

 

A.   전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골육종 표준항암치료가 있다. 그런데 우리 연구팀이 약제를 하나 추가하고 투여 간격을 단축했더니 성적이 훨씬 좋게 나와 현재 관련 내용에 대해 논문 투고를 마친 상태다. 이는 후향적 연구로, 논문 결과를 가지고 소아혈액종양학회 등 메이저 기관에 참여해 전향적 연구를 한다면 전세계에서 쓰는 기존 표준치료법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골육종을 비롯해 육종 연구를 계속해서 해왔다. 육종 연구도 치료 성적이 좋아져서 (골육종으로 고통받는)아이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투고한 논문 결과를 가지고 소아혈액종양학회 등 메이저 기관에 참여해 전향적 연구를 한다면 전세계에서 쓰는 기존 표준치료법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사진=헬스앤라이프


yhj@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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