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홈아이콘  >  인물/오피니언  >  인터뷰

[스페셜리스트] 고대안암병원 무수혈센터 “의료 문화 변화의 선봉, 亞 대표 무수혈병원이 목표”

박종훈 병원장 "亞 최초 병원단위 최소 수혈 구현… 환자에게 100% 안전한 피는 없다"

송보미 기자 입력 : 2019-05-13 09:52  | 수정 : 2019-05-13 09:52

네이버 페이스북 밴드 구글 트위터 핀터레스트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링크 인쇄 다운로드 확대 축소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송보미 기자] “SAVE BLOOD, SAVE LIVES”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2015년 3월 판에 실린 논문 제목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명제 ‘Give blood, save lives’를 떠올리면 다소 도발적인 이 제목의 논문엔 최소 수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의학적 가치를 담고 있다. 올 초 공개된 2019년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계획에는 치매, 우울증 그리고 수혈이 평가항목으로 추가됐다. 수혈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아무리 신선한 혈액일 지라도 그 자체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를 거쳐 고령사회가 됐고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수혈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최소 수혈 혹은 무수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시아 최초로 병원 단위에서 최소 수혈을 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무수혈센터는 그러한 고민이 의료계에 왜 필요한지, 왜 시급한지를 설명해준다.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은 무수혈센터를 기반으로 최소 수혈 · 무수혈 병원을 표방하며 우리 사회 의료문화의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초 병원급 최소 수혈 구현, 박종훈 병원장으로부터 그 배경을 들었다. 

 

 

Q. 혈액은 액체화된 장기이며, 수혈은 장기이식이라는 말이 있다.

 

“맞다. 수혈을 수액처럼 사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혈액 이식인 수혈을 장기 이식의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에 안전한 피가 있을까. 환자에게 100% 안전한 피는 없다고 봐야 한다. 혈액은 굉장히 복잡하다. 200여가지 단백질로 이뤄졌으며 그 중 4분의 1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수혈은 단순히 피를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DNA가 섞인 피를 내 몸에 주입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면역 체계 교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혈액형만 맞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현재까지 보고된 혈액형은 서브타입을 포함해 270여가지다.”

 

 

Q. 무수혈에 대한 개념이 아직 생소하다.

 

“무수혈과 최소 수혈은 종교나 신념적 차원이 아니라 과학적이며 근거 의학적으로 증명된 안전을 위한 선택지이다. 사실 일반인 뿐 아니라 의료인들도 특정 종교인을 위한 작은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최소 수혈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대두됐고 혈액관리 및 수혈에 대한 문제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국내 환자들도 수술을 고민할 때 최소 수혈로 진행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의학 드라마 등을 보면 피가 흥건한 수술장을 자주 볼 수 있다.

 

“수술장에 피가 흥건해지는 일은 의료인으로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은사님에게 수술을 배울 때 수술 시야가 깨끗했다. 나 역시 그러하다. 수술을 잘하는 의사일수록 (수술)진도 나가기에 급급하지 않고 출혈을 잡아가며 깨끗하게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다 그렇다고 할 수 없겠지만 피가 흥건한 수술장은 특정상황을 제외하고 의료인의 실력이 부족한 결과다. 환자가 수술 중 출혈이 생기면 수혈하면 된다는 쉬운 선택지 대신, 근본적으로 출혈 자체를 최소화 하려는 고민을 해야한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수혈 부작용에 집중할수록 헌혈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까.

 

“헌혈은 선한 행동이며,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귀하게 얻은 피를 소중하게 아껴써야 한다는 것이다. 혈액은 100% 사람에게만 얻어낼 수 있는 재원이다. 그 귀한 피를 아무 대가없이 받고 함부로 사용해서야 되겠는가. 수혈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당연히 수혈을 필요로 하는 긴급한 상황에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다만 혈액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질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혈액을 사용하는 의료인 입장에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수혈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Q.  최소 수혈이나 무수혈이 새로운 의료 문화로 정착되려면.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과학적 입증이 안되서가 아니라 기존의 관습 때문이다. 의료인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수술과 효과적 치료법을 통해 환자를 돌보고자 한다. 그렇기에 낯설고 잘 모르는 영역이 아니라 익숙하고 확신할 수 있는 영역에서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최소 수혈이 머리 속으로 는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의료)현장에서는 해오던 방법대로 하게 되는 이유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확실한 이론적 이해 둘째, 의료인 스스로 느끼는 흥미와 관심 셋째, 꾸준한 연마를 통한 실력이다. 실력이 붙으려면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급여화다. 지금 최소 수혈에 필요한 대부분이 비급여화 상태다. 초고령사회로 가는 진입로에서 헌혈 인구가 줄고 있다. (최소수혈을)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Q. 무수혈센터는 타 병원에도 있다. 안암병원의 차별점은 뭔가?

 

“무수혈센터 자체로 보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 무수혈센터가 도입된지는 약 20여년 정도 됐다. 현재 20여 곳 가량 운영 중이다. 우리는 무수혈센터 자체로만 봤을 때는 오히려 후발주자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병원은 특정 종교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 환자 모두를 위한 병원이다. 또 센터에 국한하지 않고 병원 단위의 무수혈 및 최소 수혈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고대안암병원은 이미 무수혈과 최소 수혈에 대한 프로세스와 매뉴얼이 정립됐다. 일반인 환자에겐 최소 수혈, 특정종교인에게는 무수혈이 선택지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Q. 다른 병원이 금방 벤치마킹할 것 같다.

 

“지난 2013년부터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들이 지금 센터로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혈 적정성 평가를 하면 당연히 병원은 긴장하고 이를 잘하는 다른 병원을 벤치마킹한다. 이때 관련 툴을 개발한 우리 병원이 중심이 될 것이다. 최소 수혈과 무수혈을 병원 단위로 구현하려는 의지는 의사들의 공감대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단순한 기본부터 복잡한 과정까지 모든 것을 시스템화하고 매뉴얼화 하는 등 오랜 정성을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Q. 앞으로 10년 후를 그려 본다면.

 

“관습의 반대는 ‘시대정신’이다. 무수혈 및 최소 수혈은 시대정신을 계속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고민하는 이들만이 알아 볼 수 있는 가치다.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데 수술 실력은 물론 최소 수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수술 실력은 국내 상위권 종합상급병원들의 경우라면 거의 비슷하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수혈 최소화일 것이고 그렇다면 고대안암병원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국내 최고를 넘어서 최소 수혈 발전이 한국보다 더딘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교육과 수련을 위해 우리 병원을 찾게 될 것이다. 내가 원장으로서 병원이 10년 뒤 맺을 열매의 씨앗을 심는 것으로 만족한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다만 기회는 시대정신을 알고 그에 맞게 준비한 사람들이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사

- 전)고려대학교 의무기획처장

 

 

◆ ‘고대안암의 최소 수혈’ 어떻게 탄생했나

 

고대안암병원은 수술실에서 셀세이버 등의 방법을 통해 최소 수혈을 시행하고 있다.
자료=고대안암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지난해 10월 무수혈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지난 2013년 부터 적용됐던 병원의 수혈 관리프로그램으로부터 출발했다. 불필요한 수혈을 하지 않도록 하는 수혈관리프로그램은 혈액제제 처방시 해당 환자가 혈액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게 모니터 화면에 창을 띄웠다. 5년 만에 병원 전체 수혈량이 약 10% 감소했고 정형외과의 경우 혈액 사용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성과로 나타났다. 세계 의학계에서 최소 수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병원 내에서도 임상적으로 최소 수혈의 안전성과 이점이 확인되자 박종훈 병원장을 필두로 종양내과·혈액내과·흉부외과 등 9개 진료과가 모여 최소 수혈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최소 수혈의 적용 방안을 모색해 고대안암병원만의 최소 수혈 프로토콜을 정립했다.

 

수술 전 철저한 계획 하에 고용량 철분제, 조혈촉진제등을 처방하고 정밀한 수술을 집도해 수술 중 출혈을 줄인다. 셀세이버 등의 활용을 통해 자신의 혈액을 다시 수혈받는 자가수혈도 실시한다. 수술 후에도 수술부위에서 배액관을 통해 발생하는 출혈을 최소화 하기 위해 수술 부위 안에 국소지혈제를 삽입했다가 일정시간 이후 제거해 배액관 출혈을 3분의 1 이하로 줄인다. 수술 뿐 아니라 검사를 위한 채혈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환자의 혈액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무수혈센터는 체계적인 환자혈액관리를 목표로 전 병원으로 확대되면서 병원이 최소 수혈 외과병원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기반을 닦고 있다. 궁극적으로 아시아 최초의 최소 수혈 외과병원으로의 도약에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왜 최소 수혈에 주목하는가

 

자료=고대안암병원 

 

고대안암병원이 추구하는 최소 수혈은 반드시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수혈을 하고, 수혈이 없어도 지장이 없는 환자에게는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을 활용해 최대한 수혈을 피함으로써 부작용 및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환자혈액관리와 같은 의미다.

 

혈액은 채혈-처리-보관 과정 등을 거치며 타인에게 수혈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급격히 변질된다. 신선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 받았을 때, 염증반응이 활성화돼 환자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심하면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 혈액 내에는 200개 이상의 단백질 종류가 있는데, 이 중 약 25%는 어떤 성분인지 규명되지 않았으며 타인의 체내에서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 밝혀진 바 없다. 수혈은 그 자체로 면역반응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수혈을 받은 사람이 수혈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bmb@healthi.kr

 

#헬스앤라이프 #스페셜리스트 #무수혈병원 #고대안암병원 #최소수혈 #무수혈 #수혈위험 #박종훈원장 #상급종합병원 #인터뷰 #송보미기자